개나 소나 파시즘 타령이니 한번 따져 보자
이 도구적 이성은 파시즘의 창안물이 아니다. 오히려 파시즘은 이 도구적 이성이 도달하게 될 종점이다. 도구적 이성은 사회가 조직되는 원리이며, 계몽의 소산이다. 각각의 인간들을 사회구성원이라는 하나의 견본으로 동일화 한다. 따라서 그 사회의 이름으로 개별 인간들이 조금 손상되어도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세계가 '관리된 세계'이며, 이 관리가 총체적이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질떄 그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아렌트 역시 이를 "개별성"의 소멸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개별적인 것들을 범주아래 환원시키는 사고방식은 철저히 계몽적인 사고방식이다. "유태인"이라고 범주화된 이상 아렌트와 아도르노 혹은 로스차일드의 차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나치의 수용소는 유태인들을 모두 벌거벗기고 삭발시켜 아무런 차별성 없는 한 무더기의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파시즘의 하수인들은 이들 개개인들의 차별성을 알 수 없었다. 그러자면 상상력과 감수성이 발동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도르노나 아렌트가 바라본 파시즘은 막스베버가 말한 "영혼없는 전문가"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그 외에도 파시즘을 규명하려는 관점들은 많다. 예컨대 빌프레도 파레토의 관점에서 파시즘은 엘리트 순환 주기 중에서 사자형 엘리트가 권력을 잡는 시기다. 역사는 파시즘과 자유주의를 오가는 시계추다. 하지만 이들 관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제들이 있다. 따라서 이 공통의 전제들을 통해 우리는 파시즘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를 할 수 있다.
1) 일단의 불만에 가득한 조직되지 않은 대중들(모여는 있으나 고독한)
2) 이들이 동일성을 느낄 수 있는 어떤 상상된 공동체
3) 이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약속된 미래
4) 그 미래를 설명해주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론(그러나 합리적일 뿐 실증적이지는 않은)과 그 이론을 표현하는 미적 수단
이 중 핵심은 동일성을 느낄 공동체와 약속된 미래다. 이 두가지가 바로 대규모의 대중동원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동원된 대중들은 동일화 되기 때문에 개별성을 상실하며, 개별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자기들 반대편의 개개인들을 마구 공격할 수 있게된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다만 사악한 반대집단이라는 동일체의 부분들로만 간주되기 때문이다.
나는 파시즘 관련 이론들을 아무리 리뷰해 보아도 나꼼수를 통해 파시즘의 전조를 읽어낸다는 건 오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꼼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철학은 "좌든 우든 좋은데, 적어도 기본은 된 지도자를 뽑자"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집단의 추악함을 폭로하자, 폭로하되 비분강개 하지 말고 조롱하자" 정도다. 그들이 어떤 환상적인 미래와 그 로드맵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물론 나중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온 팩트만 보자.
또 어느 트위터리안 말대로 나꼼수가 환빠처럼 위대한 민족을 내세우길 했나, 아니면 일본인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키기를 했나? 혹은 그들이 어떤 동일성의 위험을 보여준 적 있는가? 물론 우리편이니까 봐주자 논리를 가지고 그렇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철저히 대의제의 틀 안에서 그럴 뿐이다. 뭉치자, 몰려가자 청와대로 우리난 하나다 아니다. 그들의 주장의 최대한은 항상 투표하자다. 투표 외의 나머지 영역은 김어준 말대로 "댁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 나는 나꼼수 팀에게서 하나된 단결에 대한 강조 따위를 들어본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김어준의 성격과 행동방식 자체가 파시즘적 인간형과는 상극에 가깝다.진중권 말대로 막장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파시즘적 인간은 뭔가 고결한 이상에 사로잡혀있다. 그래서 그 이상을 가로막는 자는 누구나 적으로 간주하여 무참히 파괴한다. 고결한 이상과 나꼼수? 영 거리가 멀다.
차라리 나꼼수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이 파시즘의 전조를 더 잘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나는 월드컵 응원전의 파시즘적 위험성을 경고하다가 블로그가 폭파될뻔 한 적도 있다. 저 용감한 반 파시즘 전사들은 그럴떈 꼭 침묵들을 지키거나 같이 축구얘기 했다. 그래서 파시즘이 무서운거다.
물론 나꼼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에 대해서는 누구나 문제제기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제기는 그 이야기들에 대한 반대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루어져야지, 저 말을 믿는 너희들은 저질, 이러면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하물며 이렇게 정의내리기 어렵고 뜻도 많은 파시즘이라는 말을 남발하면서 할 일은 더욱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파시즘은 계몽의 변증법이 도달한 정점이기 때문에 "계몽"을 내세워서 "감정"을 폄하하는 논객들이 도리어 파시즘에 한 발 더 다가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히 작성한 글이라 인용이나 내용이 다소 부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파시즘을 정의내리기 어렵다. 누구를 파시즘으로 몰아붙이는건 따라서 더욱 위험하다. 나꼼수 현상을 파시즘으로 보기는 어렵다. " 정도로 요약하면 되겠다.